경주문화관광

#1. 경주 월성

신라의 궁궐이 있던 경주 월성으로 먼저 떠난다. 월성은 하늘에서 내려다 본 성의 모양이 반달처럼 생겨서 반월성이라고도 부른다. 성의 동쪽과 서, 북쪽은 흙과 돌로 성벽을 쌓았고, 남쪽은 절벽인 자연 지형을 그대로 이용하였다. 성벽 아래로는 적군을 막기 위한 방어시설인 인공수로, 해자를 설치하였고 남쪽에는 하천인 문천(남천)을 자연 해자로 활용하였다. 이곳 신라 궁궐에서 김유신이 신라 왕실의 깊은 신임을 얻게 된 사건이 하나 있다. 때는 647년, 선덕여왕 16년에 귀족들을 야합한 상대등 비담이 난을 일으켰다. 당시 김유신은 현재의 경산 지역인 압량주의 군주로 있었는데, 왕실의 부름을 받고 월성으로 돌아왔다. 김유신의 군대를 피해 비담과 반란세력은 명활산성으로 근거지를 옮겼다.

수일 동안 호각세의 지루한 싸움이 계속되던 중, 서라벌 밤하늘에 큰 별똥별이 떨어지는 일이 있었다. 반란군들은 이를 두고 여왕이 패망할 징조라는 소문을 퍼뜨렸다. 소문이 퍼지고 월성에 주둔하던 왕실 군대의 사기도 꺾일 위기에 처하자 김유신은 묘책 하나를 생각해냈다. 연에 허수아비를 묶어 불을 지른 뒤 하늘로 띄워 보낸 것. 멀리서 보면 마치 별이 하늘로 다시 올라가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수였다. 김유신은 지난 밤 떨어진 별이 하늘로 올라갔다고 소문을 내 흉흉해진 민심을 잠재우고 비담과 반란군을 진압했다. 서라벌 외곽에서 서라벌 내로 근거지를 옮길 수 있었던 이 계기로, 김유신은 신라 역사의 중심에 섰다. 김유신과 연의 이야기가 깃든 경주 월성에 올라 첨성대, 동궁과 월지, 계림 등 동부사적지대를 한눈에 담아 보자. 성 방어시설인 해자가 올해 복원되어 볼거리를 더했고, 전망이 더욱 좋아졌다.

#2. 월정교

월성의 동남쪽에 서라벌과 남쪽 지역을 잇는 다리, 월정교가 있다. 삼국사기에 기록된 다리로 지난 2018년 복원하여 일반에 공개된 석축목조교량이다. 이 월정교에서도 김유신은 한 가지 일화를 남겼다. 신라 삼국통일의 기반을 다진 동지 김유신과 김춘추. 둘은 정치적 동맹이자 가족의 연을 맺은 끈끈한 사이이기도 했다. 두 사람이 처남과 매제의 관계가 된 것은 김유신의 계산된 일이었다. 선덕여왕이 공주이던 시절 월정교를 거쳐 남산으로 행차하던 중 김유신 집에서 연기가 피어나는 것을 보았다. 공주가 연유를 묻자 혼인을 하지 않은 누이 문희가 임신을 해 그녀를 불태워버리려고 한다고 답했다. 행차 길에 동행하던 김춘추의 당황한 표정을 보고 문희와 춘추의 관계를 알아챈 공주는 춘추를 나무랐고, 춘추는 문희와 혼인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김유신은 필연을 우연인 척 꾸몄다. 김춘추와 축국을 하는 중에 김유신은 그의 옷고름을 일부러 밟아 문희로 하여금 옷고름을 수선하게 하여 둘을 이어지게 했고, 공주가 남산으로 행차하는 것을 미리 알고 그 시점에 문희를 불태우겠다고 소란을 일으킨 것 또한 그의 큰 그림이었다. 그는 정치적 동반자로 김춘추를 선택했고, 그 선택은 삼국통일의 완성으로 귀결되었다.

#3. 경주 재매정

월정교와 멀지 않은 곳에 재매정이 있다. 재매정은 김유신 장군 집에 있던 우물이다. 화강암을 벽돌처럼 쌓아 올린 모습으로, 이 우물이 있는 일대가 김유신 장군의 집이 있던 자리로 추정된다. 우물 옆에는 고종 9년(1872)에 이만운이 쓴 비석이 비각 안에 자리한다. 재매정에서는 오랜 세월을 전장에서 보낸 무장 김유신의 치열한 삶을 엿본다. 장군이 오랜 기간을 전쟁터에서 보내고 돌아왔다가 다시 전쟁터로 떠날 때, 자신의 집 앞을 지났다. 잠시 집에 들러 가족들을 볼 법도 했지만 그는 가족들은 보지 않고 집의 우물물을 떠오게 하여 말 위에서 마시고는 ‘우리 집 우물의 물맛은 예전 그대로구나.’하고 떠났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4. 경주 천관사지

재매정에서 걸어서 약 10분 거리, 들판 한 가운데 절터 위에 탑 1기가 서 있다. 통일신라 시대에 있었다고 전하는 천관사의 터다. 이 절터에는 김유신과 천관이라는 기생의 사랑 이야기가 전한다. 젊은 시절 김유신은 천관이라는 기생과 사랑에 빠졌다. 어머니에게 그녀를 멀리하라는 꾸중을 듣게 된 유신은 다시는 만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유신만큼이나 천관을 잊지 못했던 지, 그의 말이 술에 취한 유신을 천관의 집 앞으로 데려갔다. 사실을 알게 된 유신은 그 자리에서 말의 목을 베어 버리고 그녀에게서 돌아섰다. 이를 슬퍼한 천관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훗날 유신은 천관이 살던 자리에 절을 지어 그녀의 명복을 빌었다고 한다. 김유신은 평생을 선택의 기로에서 고뇌하며 살았다. 금관가야 왕족에서 신라로 망명을 택했고, 사랑하는 이를 멀리하는 결정을 했다. 고뇌하는 김유신의 인간적인 면모를 떠올리며 아스라이 터만 남은 천관사지를 고요히 거닐어 본다.

#5. 경주 김유신묘

김유신은 신라왕들의 믿음직한 조력자였고, 그의 손으로 삼국통일의 대업을 달성해냈다. 한반도에 최초의 통일된 나라를 세우기까지 백제와 고구려, 당나라와 차례로 전쟁을 치러야했다. 일평생을 전장에서 군대를 지휘하며 살았던 그는 송화산 기슭 고요한 둔덕에 영면해 있다. 김유신의 묘로 향하는 아름다운 벚꽃길은 흥무로, 김유신의 위패를 모신 흥무전, 흥무전 인근의 소공원은 흥무공원이라 부른다. 김유신을 흥무대왕으로도 칭하기 때문이다. 신라 제42대 흥덕왕이 그의 업적을 기려 흥무대왕으로 추봉했다.

김유신 장군의 묘비에 신비한 비밀이 있다는 사실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묘비에 능(陵)이라는 한자가 새겨져 있는데 물이 닿으면 묘(墓) 자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신라의 고분 중 왕의 무덤에는 능을 붙이고, 신하의 무덤에는 묘를 붙인다. 묘비의 글씨는 누군가의 실수에 의해 그리 새겨졌겠지만 김유신 묘에는 능과 묘가 모두 해당될 수 있으니 오히려 두 글자 모두 보이는 비석이 정답이 되어 흥미롭다. 김유신의 묘는 신하의 무덤 치고는 왕릉에 맞먹을 정도로 규모가 큰 편이다. 무덤의 지름이 30m에 달한다. 봉분 아래에는 둘레돌과 돌난간을 둘렀는데 둘레돌은 12지 신상 조각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교대로 배치했다. 무덤의 양식이 통일신라 이후에 보이는 왕릉의 무덤 양식과 흡사하다.

#6. 화랑마을

김유신은 용화향도라는 낭도들의 무리를 이끈 화랑이었다. 단석산을 비롯한 서라벌 곳곳의 산천을 다니며 호연지기를 기르고 몸과 마음을 수련했다. 김유신묘에서 자동차로 10분 여 이동하면 석장동 기슭의 화랑마을에 닿는다. 이곳 화랑마을은 신라 화랑의 정신과 가치를 재조명하기 위해 조성한 청소년 수련시설이자 복합문화공간이다. 마을 내에는 화랑을 테마로 한 화랑전시관과 상인암 전시관 등 볼만한 전시관이 있다. 특히 상인암 전시관은 김유신이 수련하다가 검으로 바위를 갈랐다고 전하는 단석산의 석굴사원 ‘상인암’을 재현하여 만든 김유신이라는 인물을 테마로 한 전시관이다. 전시관에서는 김유신의 생애와 삼국통일의 과정을 생생하게 만날 수 있다. 전시관 외에도 마을에는 선덕공원, 수의지 폭포, 풍월정 등 산책하고 명상하기 좋은 야외 공간이 아름답게 조성되어 있다. 또한, 김유신의 낭도들 ‘용화향도’의 이름을 딴 야외 방탈출 게임 등 재미있는 체험형 콘텐츠도 경험해볼 수 있다. 화랑마을에서 우리도 21세기 화랑이 되어 보자.

#7. 황성공원 김유신 동상

경주 시민들이 사랑하는 휴식장소, 황성공원에서 김유신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여행을 마무리하기로 한다. 황성공원은 우거진 솔숲과 활엽수림이 아름다운 시민공원이다. 신라 시대에는 화랑들이 수련을 하던 훈련 장소였다고도 한다. 공원 내에는 시립도서관, 공설운동장, 실내체육관, 궁도장, 씨름장 등 체육시설과 거닐기 좋은 산책로가 갖추어져 있다. 궁도장인 호림정 인근에는 야트막한 동산이 있는데 그 정상부에 김유신 장군의 기마 동상이 서 있다. 높이 16m로 위엄 있게 산의 정상부를 지키고 있다. 동산 위에 오르면 사방으로 경주 시가지의 전망을 담을 수 있다. 연둣빛 움이 트는 봄, 여름에는 보랏빛 맥문동이, 가을에는 아름다운 단풍으로 물들고 겨울에도 푸른 소나무 숲이 있어 사계절 아름다운 공원이다.